토마토 농사짓던 로봇공학도…’가성비’ 농업장비 내놓다

아이오크롭스(ioCrops)는 온실에서 사용하는 측정 장비를 판매하고 재배 환경을 실시간 확인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농업 분야 스타트업이다.

회사를 창업한 조진형 대표(29)는 포스텍 기계공학과에서 학부와 석사를 마친 젊은 공학 인재다. 로봇공학자가 꿈이었던 그가 학자의 길에서 벗어나 농업계로 뛰어든 것은 농업이 인생을 걸어볼 만한 첨단산업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대학원 연구실에서 로봇공학에 대해 공부하던 2016년 그는 갑작스레 학업을 그만두고 충남 천안에 있는 토마토 농장으로 떠나 가족과 주변 동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대학 시절의 작은 취미생활이 지금처럼 농업 분야에서 일하게 된 큰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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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에서 취미로 작은 식물을 길렀던 그는 어느 날 화분에 담긴 애플민트가 말라죽은 것을 보고 자신의 공학 지식을 활용해 식물을 잘 키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연구 끝에 수분 측정 센서와 LED(발광다이오드) 조명등을 갖춘 초보적인 형태의 ‘스마트 화분’을 개발했다. 조 대표가 처음으로 식물 재배에 공학을 접목한 순간이었다. 이후 학교 선배들과 스마트 화분을 아이템으로 들고 창업 공모전에 도전하며 원예학과 농업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한 그는 ‘현장에 나가 진짜 농업을 배워보자’고 마음먹고 천안의 토마토 농장으로 향했다.

“앞으로 농업 쪽 장비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사업을 하려면 우선 농사일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채소나 과일들이 어떻게 자라는지도 모르면서 재배 현장에서 사용하는 장비를 만들어 팔 수는 없으니까요.”

조 대표가 찾아간 곳은 당시 국내에서 스마트팜 기술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곳으로 손꼽히는 토마토 농장이었다. 그는 이곳 농장에서 3개월 동안 먹고 자며 자신이 몰랐던 ‘진짜 농업’을 몸으로 배웠다.

“스마트팜 농장이라고 해도 실제로 일해 보니까 사람 손이 필요한 일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이곳에서 일해보지 않고 기술만 믿고 농업 장비를 만들겠다고 뛰어들었더라면 보기에만 그럴듯하고 정작 현장에서는 아무 쓸모없는 장비들만 내놨을지 몰라요.”

토마토 농장에서의 수습농부 생활을 마친 뒤 2016년 12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인턴 연구원으로 들어갔다. 그가 속한 부서가 담당했던 연구 과제는 국내 농가 현실에 맞는 스마트팜을 개발하는 일이었다. 이곳에서도 조 대표는 약 1000㎡(300평) 규모 연구용 비닐하우스에서 토마토 농사를 지었다.

1년 반 동안 KIST에서 일하며 첨단기술을 배우고 농사 경험을 쌓은 그는 2018년 7월 아이오크롭스를 창업했다. 회사의 주력 제품은 ‘아이오크롭스 웨이트’와 ‘아이오크롭스 소일’이다. 농민들이 작물이 자라는 배지(영양물질)와 토양에 물을 주면 무게를 재고 시간이 흐른 뒤 무게를 다시 측정해 식물이 물을 얼마나 빨아들여 그중 얼마를 수증기로 내뿜었는지를 분석하는 제품이다. 이를 통해 작물이 잘 자라고 있는지를 분석해 그 결과를 농민들에게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현재 농가와 연구기관 20여 곳이 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제품을 팔려고 전국 농가를 돌아다니면서 귀중한 경험과 지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농민들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제품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 수 있었거든요. 그 덕분에 농민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복잡한 기능은 빼버릴 수 있었고, 그렇게 하니까 제품 가격도 경쟁사에 비해 크게 낮출 수 있었어요. 가격이 내려가니까 시장에서 경쟁력이 높아졌고요.”

조 대표가 그리는 회사의 미래 청사진은 단순히 측정 장비를 판매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하드웨어 장비를 판매하는 건 첨단 농업기술 기업으로 가는 밑바탕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여러 농가에 장비를 판매한 뒤 여기서 얻은 데이터를 한 군데 모아서 분석하고 여기에 우리 직원들이 갖고 있는 전문 원예 지식을 더할 거예요. 그러면 아이오크롭스 서비스를 사용하는 농민들에게 작물별로 최적의 재배법을 제공할 수 있겠죠. 우선은 이렇게 농작물 재배 컨설팅 회사로 성장하는 걸 1단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재배 컨설팅 영역에서 자리를 잡으면 회사가 찾아낸 재배법을 현장에서 테스트하고 농업 로봇이나 농장 자동화 기술을 실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연구 농장을 갖춘 첨단 농업기술 개발 기업으로 일어서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FARM 홍선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