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스마트팜 개발한 ‘엔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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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1차 산업)이 제조업(2차 산업)과 서비스업(3차 산업)을 만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우리 농업이 지향해야 할 발전 방향이라면 스마트팜 솔루션 스타트업 ‘엔씽(n.thing)’은 이런 농업의 미래 모습을 앞서 구현하고 있는 기업으로 볼 만하다.

엔씽은 ‘플랜티 큐브(Planty Cube)’라는 모듈형 컨테이너 농작물 재배 기술을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컨테이너 안에 마련된 ‘농장’에 발광다이오드(LED) 인공조명과 원격 조종되는 온도, 습도 모니터링 장치 등을 설치해 각종 채소류나 허브류를 재배하는 시스템이다.

서울 강남구 엔씽 본사에서 만난 김혜연 대표(34)는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컨테이너에서 채소를 재배하는 기술을 공급하는 우리 회사는 1차, 2차, 3차 산업의 모든 요소를 다 갖추고 있는 셈”이라며 “사물인터넷(IoT)과 각종 데이터,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예측 가능성’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는 4차 산업혁명으로 부를 만하다”고 설명했다.

‘수직농장’의 일종인 컨테이너 농장은 외부 기후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아 일반적인 농사법에 비해 생산성이 높다. 특히 엔씽의 컨테이너 재배 기술은 같은 면적의 노지(露地) 농장에 비해 100배 이상, 온실에 비해 65배 이상 높은 생산성(시금치 기준)을 자랑한다. 노지에서는 1ha(1만m2·약 3025평)당 연간 약 11t의 시금치를 재배할 수 있는 데 비해 같은 면적의 플랜티 큐브 컨테이너 농장에서는 연간 1125t을 생산할 수 있다.

이 기술을 활용해 엔씽은 경기 용인시의 플랜티 큐브 컨테이너 농장에서 연간 30t가량의 허브, 채소류를 생산하고 있다. 테스트용으로 시작했지만 우수한 상품성을 인정받아 일부 레스토랑 등에 직거래로 납품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엔씽의 사업영역은 농산물 판매가 아니라 재배 시스템 자체를 공급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수출이 주력 사업이다. 기후환경 때문에 채소류를 생산하기 어려운 중동지역에서 엔씽의 스마트팜 솔루션에 관심이 많다.

이미 7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플랜티 큐브 농장을 건립하고 위탁 운영하는 수출 성과를 거뒀다. 최근에는 이 농장을 확대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쿠웨이트 등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현지 협력 업체와 접촉 중이다. 이 밖에도 강추위로 농사가 어려운 러시아나 습도와 온도가 높아 냉지 채소 재배에 어려움을 겪는 동남아시아 지역도 엔씽이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지역이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는 세계 수직농장 시장 규모를 2018년 기준 약 25억1000만 달러(약 2조9400억 원)로 추산했다. 그랜드뷰리서치는 또 이 시장이 연평균 20% 이상 성장해 2025년 약 99억6000만 달러(약 11조6500억 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엔씽이 내년 수출로만 100억 원을 벌어들이겠다는 목표를 잡은 근거도 이런 성장세에 있다. 김 대표는 “단순히 농장 기자재를 수출하고 위탁 운영할 뿐 아니라 운영 소프트웨어까지 공급하고 사용료를 과금하는 방식이어서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대학에서 전자통신공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농기자재 회사를 경영하는 삼촌의 영향으로 농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13년 엔씽을 창업해 2015년 인터넷으로 재배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화초를 관리하는 스마트 화분을 출시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이후 IoT 기반의 수직농장으로 사업영역을 전환해 2017년 플랜티 큐브 프로토타입을 개발하면서 본격적으로 스마트팜 사업에 뛰어들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