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가서도 앱으로 원격제어, 토마토 농사도 척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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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긴 비닐이 흩날리는 여느 시골 비닐하우스의 풍경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달 31일 찾은 전북 완주군 삼례읍의 스마트팜 A농장. 외관만 보면 식물원을 연상케 했다. 3300㎡(약 1000평) 부지에 5m 높이로 지어진 온실 안으로 들어가 봤다.

온실 위쪽에서 밑으로 뻗은 끈을 타고 자라난 토마토가 탐스럽게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일반 토마토보다 단단한 ‘데이로스’라는 품종이다. 햄버거 속에 들어가는 토마토와 같은 요리용 식재료로 널리 쓰인다. 보통은 흙에 심지만 스마트팜은 네모난 모양의 ‘코코피트(원예농업용 배양토)’에 심는다. 수경재배와 비슷한 방식이다.

가지런히 정돈된 코코피트 사이로는 수확한 토마토를 실어 나를 때 필요한 공간이 자리했다. 짐차 등이 오갈 수 있게끔 레일이 깔려 있었다. 이 레일 안쪽으로는 온수가 흘러 실내 온도를 유지하는 난방 장치 역할도 한다.

‘코코피트(원예농업용 배양토)’에 심겨진 토마토. 스마트폰 앱으로 물과 양분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운영 방식이다. 이곳에서 사람이 하는 작업은 두 가지뿐이다. 우선 코코피트에 한 뼘 정도 자란 토마토를 심는 작업이다. 줄을 타고 자라날 수 있도록 해두면 그 다음은 수확만 하면 된다. 물과 양분은 코코피트에 꽂혀 있는 가느다란 호스를 통해 공급된다.

병해충을 쫓는 농약도 자동 살포할 수 있다. 온도도 24시간 평균 섭씨 26도로 자동 관리된다. 심고 수확하는 작업 외에는 모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이뤄진다. 2017년 스마트팜을 시작한 김대만(41) A농장 대표는 “해외 여행을 가서도 와이파이만 되면 물부터 농약까지 다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 완성형은 아니다. 국내 스마트팜 생태계는 1세대에서 2세대로 넘어가는 단계다. 1세대는 A농장처럼 자동화만 돼 있기 때문에 공급해야 하는 물이나 양분 양을 직접 조절해야 한다. 2세대는 빅데이터로 축적한 재배 경험을 토대로 인공지능(AI)이 최적화한 공급량을 알아서 조절해준다. 사람이 할 일이 더 없어진다.

농촌진흥청이 미래 농업인 스마트팜에 투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해당 시설의 경우 조성비가 5억원 들었다고 한다. 이 중 2억여원은 농진청이 지원했다. 대신 이곳의 재배 데이터는 농진청에 쌓인다. 토마토 외에도 포도 등 10여 종의 재배 데이터가 전국 각지에서 모이고 있다. 2세대를 위한 초석이 되는 것이다.

아직 2세대까지 미치지 못하더라도 이미 생산량은 일반 비닐하우스의 재배 규모를 넘어섰다. 같은 면적 기준으로 평균 배 정도의 토마토가 수확된다. 농진청 연구사들의 컨설팅이 곁들여지면서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김 대표는 “주당 3t에서 많게는 25t까지 수확한다”며 “수익률은 일반 재배보다 5~6배 정도 늘었다”고 전했다.

빅데이터와 AI를 결합하는 최적화 작업이 완료되면 스마트팜의 소득은 한층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AI가 물과 양분 공급량을 정확히 조정해주면 생산량 확대와 운영비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농진청은 2030년이면 2세대 스마트팜이 상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농진청 관계자는 4일 “표준 규격 마련 등 기술적 부분과 보험 등 제도적으로 좀 더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완주=글·사진 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06240&code=11151400&cp=nv